“고등학교 가면 원래 잘하는 아이도 성적이 떨어진다는데 진짜 그런가요?”
“초·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라도 고교 가서 성적이 오르나요?”
아이의 성적으로 부모가 가장 놀라는 때가 언제일까요. 적지 않은 부모가 고1 1학기 내신 성적표와 고1 3월에 보는 모의고사 성적표를 손에 받아든 순간을 꼽습니다.
고교 성적 계산 방법은 중학교 때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중학교 때 전교 5~10등 수준의 성적을 받은 학생이 고교에 가서도 같은 성적을 받을까요. 아이가 가진 학습 성향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많이 일어납니다.
해답은 중·고교 성적표에 있습니다. 성적표를 제대로 봐야 아이의 학습 능력을 가늠하는 안목이 생깁니다. 성적표에 숨어 있는 비밀을 살펴봅니다.
<그림 2> 고교 내신 성적표 예시
성적 구성요소를 살펴라!
중학교에서 학기별 성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보통 지필고사 2번(중간고사, 기말고사)과 수행평가를 합산해 성적이 나옵니다. 중학교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서 90점을 넘으면 A, 80점을 넘으면 B, 70점을 넘으면 C, 60점을 넘으면 D, 60점 아래면 E를 받습니다.
이수단위가 큰 과목, 즉 국어·영어·수학·과학 과목의 경우 대체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보게 됩니다. 지필고사 반영 비율은 50~70%에 이르며 수행평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나머지 과목은 지필고사 반영비율이 낮거나 지필고사를 한번 보기도 합니다. 지필고사 반영비율은 50% 안팎이고 수행평가 비율이 크게 증가합니다.
예체능 과목은 점차 수행평가를 100% 반영해 성적을 계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 학기 총점이 80점을 넘으면 A, 60점을 넘으면 B를 받는 방식입니다.
지필고사 실력을 점검하라!
성취평가제가 도입되고 수행평가가 늘면서 과목별 A를 받는 학생 비율이 크게 늘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성적에 기대와 환상(?)을 갖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고교 성적표를 받기 전까지 이런 마음은 계속 됩니다.
성적표에서 여전히 중요한 항목은 지필고사 점수입니다. <그림 1>에서 역사 과목과 수학 과목 점수를 봅니다. 역사 과목의 경우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20%, 수행평가 60%를 합산해 최종 성적이 나옵니다. 수행평가 비중이 클수록 평균점수가 높게 나타납니다. 수학 과목을 살펴볼까요. 중간고사 30%, 기말고사 30%, 수행평가 40%를 반영해 성적이 나옵니다. 역사 과목에 비해 평균점수가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대체로 학생들은 수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수행평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이므로 기본 조건을 충족할 경우 감점 받는 일이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수행평가 점수를 기본 점수로 놓는 것이지요.
지필고사는 아이가 노력한 만큼, 실력만큼 숫자로 나옵니다. 수학 과목에서 총점 90점을 받은 학생 A와 80점을 받은 학생 B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대체로 학생 A가 고교에 가서도 학생 B보다 잘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수행평가로 높은 점수를 유지해왔다면 다른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학생 A가 수행평가 만점(40점), 지필고사 50점을 받았다고 가정합니다. 학생 B는 지필고사 55점, 수행평가 25점을 받았다고 가정합니다. 이런 경우 학생 B가 고교에 가서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극단적인 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교에서는 지필고사 비중이 최대 80%에 이릅니다.
가장 오른쪽 항목에서 괄호는 과목별 표준편차를 뜻합니다. 표준편차는 평균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표준편차가 클수록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점수가 많이 흩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그림 1>에서 역사 과목의 표준편차는 18.4이고 수학 과목의 표준편차는 26.6입니다. 수학 과목의 경우 점수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필고사 비중이 클수록 대체로 표준편차는 큰 값을 보입니다.
성적표에서 눈여겨볼 항목은? 바로 지필고사 성적과 표준편차입니다. 국어·영어·수학·과학 중학교 지필고사 성적이 수행평가 점수보다 높은 아이라면? 고교 가서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어·영어·수학·과학 과목은 표준편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이들 과목에서 꾸준히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고교에서 성적이 크게 오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중학교 전교 등수, 총점 평균은 어찌 보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과목에서 강점과 약점을 나타내는지 잘 아는 게 중요합니다. 수행평가 점수가 높다는 것은 성실하고 꼼꼼한 학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학생에 다소 유리한 고교를 찾아 진학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에게는 성적표에 적힌 숫자를 재해석하는 안목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필자소개 / 박은정 ejpstory@gmail.com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IT 및 소프트웨어교육 전문기자, 과학동아에서 영재학교·과학고 및 이공계대학 진로진학 전문기자로 일했다. 교육 전문기자로서 동아일보 교육섹션을 만들며 대입 학생부전형, 자기소개서, 면접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했다. 초·중·고 입시와 학습 및 대학 이공계·의학관련 계열 진로진학을 위한 교육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