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교육과 관련하여 묻는 학부모가 적지 않습니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주를 이룹니다. “예체능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어떤 예체능이 아이에게 좋을까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자녀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입니다. 다른 아이가 이것저것 배우는 걸 보는 부모는 미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내 아이만 안 배우는 걸까’ ‘숨어 있는 아이 재능을 놓치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을 자주 하기 마련입니다.
옆집 아이 교육방법이 내 아이에게 들어맞을 리가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과 재능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성향에 맞는 예체능 골라야
바이올린 vs 플루트
축구 vs 태권도
위의 차이점은 뭘까요. 바이올린은 섬세한 사람에게 어울린다고 합니다. 음을 맞추기 쉽지 않고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그에 비해 플루트나 클라리넷 같은 관악기는 금세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라고 합니다. 외향적인 아이에겐 관악기가 상대적으로 어울린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축구와 태권도, 수영은 어떨까요. 외향적인 아이는 축구나 야구처럼 단체운동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동에 흥미도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반대로 내성적인 아이는 혼자 하는 운동에 편안함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체운동보다 태권도, 수영 같은 운동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아이 성향을 고려해 예체능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아이가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6개월 배웠는데 지금 그만두기 아깝다’는 생각을 떨쳐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꾸준히 접하도록 도와줍니다.
“아이가 재밌어 하는데…”
아이가 유난히 예체능 배우는 걸 좋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아이가 하고 싶어 할 때까지 내버려두는 게 좋겠지요.
‘어느 수준까지 배우는 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관심 정도나 배우는 속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학습 부담이 커지는 중·고교생 때까지 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일찍 접했거나 재능 있는 아이는 ‘체르니 40번’까지 익히면 도움이 됩니다. 바이올린을 하는 아이는 스즈키 5권까지 배우면 좋습니다. 이 말은 아이가 커서 금세 기억할 수준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 일찍부터 수영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교과과정에 수영이 있다고 수영영법을 모두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자유형만 제대로 익혀도 충분합니다. 어른이 되어 배영, 평영, 접영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테니까요.
아이가 재밌어한다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학부모가 간혹 있습니다. 예체능에 교과학원까지 더해지면 아이는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밌다’는 아이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로 예체능수업은 교과수업보다 재밌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분야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순간에 재밌다고 말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밌어하니 열심히 할 것’이라는 부모의 착각으로 예체능수업을 몰아붙여선 안 됩니다.
비교과 영향력 줄어들 가능성 커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예체능 수업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비교과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개정 방침에 따라 예비중3 이하부터 비교과 영향력이 크게 줄어듭니다. 학생부에 청소년 단체활동이 적히지 않습니다. 개인 봉사활동이나 자율동아리 활동은 입시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수행평가를 대비해 굳이 새로운 악기를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학교교과과정에서 배우는 리코더나 단소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의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단순히 색다른 악기를 한다고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닙니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라면? 예체능수업으로 부모와 아이가 충돌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예체능 수업이 아니라면 말이죠. 이 시기엔 예체능수업도 교과학습처럼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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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소개 | 박은정 ejpstory@gmail.com 과학교육을 전공하고 IT 및 소프트웨어교육 전문기자, 과학동아에서 영재학교·과학고 및 이공계대학 진로진학 전문기자로 일했다. 교육 전문기자로서 동아일보 교육섹션을 만들며 대입 학생부전형, 자기소개서, 면접 등에 관한 정보를 전달했다. 초·중·고 입시와 학습 및 대학 이공계·의학관련 계열 진로진학을 위한 교육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