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높아지는 이공계열 연구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
이번 2022년도 대입이 마무리되고 재미있는 분석표를 하나 받아보았습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등록한 학생들 중 많은 수의 아이들이 타 대학 의치한 계열 합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컴공에 등록은 했던 것이죠. 서울대 컴공의 부활의 신호탄인 것이냐며 굉장히 반가운 뉴스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키워드와 관련하여 이공계열, IT계열의 연구분야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도 국가 경쟁력의 근간인 과학 기술 분야의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아직도 수급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 이유에는 긴 시간동안 안정적 소득과 여유로운 삶을 확보할 수 있는 의약학 계열로 진로를 정하는 우수인력들이 많다는데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과계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법학전문대학원등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실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KAIST졸업생 5142명 중 496명은 의치의,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진로에 비해 이공계열 연구자들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여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것이 문제겠지요.
하지만 일시적으로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고육지책의 자금만 풀던 정책에서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흐름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즉, 과학기술문화 확산과 국민 인식 제고를 통해 정말로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연구에 뛰어들 수 있도록, 과학자라는 삶을 사는 것, 연구에 매진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영향일까요, 다행스럽게도 요즘 영과고를 지원하고자 하는 아이들 중에서는 제2의 허준이 박사를 꿈꾸며 수학계의 신성이 되겠노라, 또는 인공장기를 연구하여 생명공학의 살아있는 지성이 되겠노라 포부를 밝히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듯 합니다. 수과학 분야에 대한 특별한 꿈이나 희망 없이 단순히 대입에 대한 수월성을 기대하기 위해 진학하려는 경우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수과학의 여러 경험을 통해 쌓인 본인의 관심분야가 명확하고, 앞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계획이 있으며, 이 계획을 실제로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장점을 갈고 닦기 위한 아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공계열에 대한 높은 관심이 지속되고 이것이 우수한 연구자들의 배출로 이어져 우리가 세계 각국의 연구를 이끄는 연구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현실적인 이유 - 대입에서의 개런티
위에서 살펴본대로 영과고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고에 비해서 학습하는 수과학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고, 그 내용의 범위나 수준 또한 높습니다. 아예 과목명 자체가 일반고에서 소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아무리 대입 수시에서 생기부가 블라인드라고 하더라도 (**블라인드 : 출신고교 등의 정보를 가려서 공정성을 기하고자 하는 것) 생기부에 기재된 과목명만 보더라도 이 아이가 일반고인지 특목고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과고 학생들은 이 학교 출신이라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대입에 있어서 개런티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영과고에 입학했다고 해서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대입이 보장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과고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쏟은 노력, 그 과정에서 평가받은 높은 가능성과 3년동안 갈고 닦은 영재성, 이런것들을 당연히 높게 살 수 밖에 없겠지요. 이에 특화되어 공부해온 학생들이니까요. 실제로 영재교 및 과학고, 자사고 등을 아우르는 특목고 졸업생들의 입시실적이 증명합니다. 아래 고교별 서울대 등록실적을 보면 영과고 열풍의 이유를 바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힘 정찬민 의원실 제공(2021년 자료)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영재고와 과학고는 대부분 수능시험 없이 온전히 학교 활동만으로 수시 선발되어 진학에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즉, 일찌감치 자신의 진로를 이공계열로 선택해 집중 영재교육을 받은 것을 대학 측에서도 인정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영과고 학생들은 일반고와는 달리 수능을 거의 준비하지 않습니다. 입시 수능을 하는 대신 R&E나 과학전람회, 국내외 이공계 대학 캠프 및 체험, 수과학 논문대회, 각종 국제대회 및 올림피아드 준비 등에 몰두합니다.
이런 특화된 활동을 인정받아 진학하다보니 학생 및 학부모가 선호하는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당연히 이 학생들을 두팔 벌려 환영할 수 밖에요.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은 대부분 영과고가 쓸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 이공계 영재를 키워내자는 대한민국 이공계 강조 흐름에 더해 현실적인 입장에서 대입에서의 강한 개런티까지 가세하여 다른 특목고가 모두 빛을 잃어가는 와중에 영과고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입시결과만을 보고 그것을 목적으로 하여 달려드는 것은 경계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학까지의 과정과 입학 이후의 학습을 이어가는 과정이 매우 고되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의 학습량이라면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좋은 입시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의 진로와 흥미를 고려해야 하고, 오랜 공부를 이어가는 과정 중에서 아이가 그것을 충분히 즐기면서 버틸 수 있는지, 그리고 의미있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아야 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서! 라는 목적이 맨 앞에 와서는 안되는 이유지요.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어찌어찌 영과고 입학까지는 했지만 수과학에 풍덩 빠져 즐겁고 치열하게 학습을 이어가는 학우들 틈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학교에서의 생활도 실패, 수능준비도 실패, 결국 입시에 실패하는 경우도 여럿 본 적이 있습니다.
언제나 목적은 타이틀이 아니라 내적 동기여야 하지 않을까요. 나 자신의 굳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내적 동기에서 영과고를 지원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입시결과만 바라보고 영과고를 지원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현실적인 대입과 관련된 이유를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것이기도 합니다 ^^
오늘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셨을까요?
지금까지는 영과고에 대한 높은 관심의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렸다면, 다음 화부터는 영과고에서의 학습과 입시 준비, 그리고 영과고 입학까지의 입시 로드맵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화에 만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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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아름 원장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치동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로 있습니다. 고등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초등때부터의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초중등 대상 수업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대치동에서 수학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의 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수학교재 집필 등을 하며 입시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공부가 머니?>에 영재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대치동 초등 로드맵> <수학에 심장을 달다>집필, <대치동 명강사들의 10인 10색 관리법>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