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입니다.
지난 칼럼을 통해서 중2 수학 과정을 시작해보았습니다. 매우 비장한 각오를 하고 말이죠.
사실 이번 [초등부터 고등까지 성공하는 수학 공부법 가이드] 칼럼을 집필하면서 시작은 산뜻하고 유쾌한 마음이었습니다. 좋은 학습법을 잘 정리해서 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평소에 정리해두었던 자료, 열심히 방송했던 유튜브 영상들을 다시금 들춰보며 신나게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중2 과정은 마냥 신나서 할 수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중2 수학 과정은 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도, 학부모님 대상으로 학습법 강연을 할 때도, 그 언제라도 마음이 비장해짐을 느낍니다. 하물며 강사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쩜 이렇게 숨쉴 수 있는 단원이 하나도 없냐.’라고요. 그런 표현을 쓸 정도로 허투루 넘어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과정이 중2 과정인 것 같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중2-1을 제대로 학습한다는 것의 기준은 철저히 ‘고등과정을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어떤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드렸구요.
실제로 고등과정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의 대부분이 중2, 3의 대수 과정에서 뻗어나가는 것이니만큼 이 과정을 얼마나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자유롭게 응용, 심화가 가능한지가 고등과정에서의 변별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만큼 중2 과정에서부터의 단단한 마음가짐과 꾸준한 자기 평가, 반복을 통한 자기 강화가 필요합니다.
오늘은 중등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기하의 내용을 담고 있는 중2-2의 학습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설명드릴 중2-2의 교과과정 표부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기하 과정인 1-2과정과 비교해서 보여드릴게요.
2-1과 마찬가지로 2-2 역시 각 단원마다 담고 있는 내용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상당한 편입니다. 초반 단원명 삼각형과 사각형 등으로 간단해보이지만 그 안에서 다루어지는 세부 내용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2-2는 기하의 꽃 중의 꽃, 기하 종합 예술이라고 불리우는 [닮음] 단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2에서 가볍게 기본 도형에 대한 학습을 했다면, 이제 평면기하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이론정립의 시간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 첫 시작은 삼각형입니다. 이등변삼각형과 직각삼각형. 어떤 느낌이 드세요? 이름만 들으면 하나도 어렵지가 않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단순히 이등변삼각형과 직각삼각형의 둘레나 넓이를 측정하는 초등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등변삼각형의 정의와 성질의 구분,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과 일반삼각형의 합동조건의 차이의 구분, 직각삼각형의 합동조건에서 비롯된 각의 이등분선의 한 점으로부터 각 직선에 이르는 거리가 같은 이유 증명 등... 정의와 정리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아주 세세하게! 꼼꼼하게! 철저하게! 증명 위주로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념정리, 중요하다고 늘 말씀드린바 있어서 이제 별로 새롭지도 않으시지요? 하지만 기하에서의 개념정리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으세요. 그도 그럴 것이, 저도 초중등부에서 강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기하에 대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전혀 잡지 못했어요. 그 전에는 주로 고등부에서만 지도를 했으니까요. 어떻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던거지요.
제 오래된 경험만 생각해보더라도 그냥 막연히 공식 외워서 대입했던 것만 생각이 나고...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하면 만 생각이 날 뿐이었구요.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에서 유클리드 증명법이 뭐고, 바스카라 증명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전혀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이 성립하면 c가 빗변인 직각삼각형이다.는 참인 명제이다. 그리고 그 역도 참이다. 하지만 모든 명제의 역이 참인 것은 아니다.] 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요. ‘문제만 풀 수 있으면 그뿐이지 그런 게 도대체 왜 필요하다는거야?’ 이게 솔직한 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알죠. 그것이 그렇게 성실했고 그렇게 열심히 했던 제가 최상위권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었던 이유라는 것을요. 기본적인 개념과 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마음 한구석 가벼이 여기고, 기하는 공식으로 외워서 하는 거라며 잘못된 습관으로 병들어 있었는데 문제만 열심히 푼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 경험이 제게 있기에, 그리고 지금도 십수년째 저와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수없이 보고 있기에. 그래서 계속해서 강조할 수 밖에 없어요.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증명 위주의 개념 정리를 파고들어가려면 문제풀이로 들어가는 시간이 늦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개념 정리에 할애해야만 합니다. 기하 개념 정리에는 그림이 필수적으로 따라 붙기에, 그리고 그 증명과정에 맞추어 그림을 그려나가며 논증하는 것에도 익숙해질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이전까지는 이렇게 해 본 적이 거의 없기에) 더더욱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래서 2학년 과정을 할 때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에 쫓겨서 개념정리를 공식 외우기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니까요. 당장에 공식을 외운다 한들 문제 푸는 것에는 지장이 없거든요.
오히려 직접 개념을 이끌어내고, 증명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더욱 더디고 오래 걸리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해도가 낮은 것처럼 느껴지는 착시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에 비해 다 정리된 공식만 싹 뽑아 외워서 천편일률적인 유형 문제에 재빠르게 적용하는 것이 훨씬 더 이해도가 높아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수학은 상당부분 순간순간 보여지는 성취도에 근거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을 때가 대부분이예요. 특히 모든 것이 첩첩이 쌓여서 결과로 드러나는 것은 결국 고등이기 때문에 초중등 공부까지는 이런 늪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평소 개념정리가 공부의 기본값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셔야 합니다.
또한 고등과정은 대부분 대수로 이루어져 있기에 중등 기하는 내신만을 위해서 반짝 학습을 할 뿐, 차후 기하 과정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고등수학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도형의 방정식에서의 해석기하 문제들, 함수 방정식 문제에서의 기하적인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문제들 등 여러 가지 경로로 기하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특히나 지금처럼 교과과정 내에서의 변별력을 필요로 하는 때라면 기하의 힘은 더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지간히 어려운 닮음 문제는 당장의 내신을 준비하는 중2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에게도 어려운 법이니까요. 당장에 기하를 손놓고 있은지 오래 되었으니 당연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등한시하고 있는 파트가 있는데 그 부분이 나에게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치동 학생들이 오래전부터 기하 수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대치동에 처음 입성했던 십수년전부터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중등기하를 정리하는 여러 형태의 전문적인 수업이 있다는 것이었거든요. 작도로 정리하는 수업, 증명으로 완성하는 수업, 교과 외적인 이론을 적용하여 문제풀이를 해보는 수업 등... 수업만 듣는다고 결코 모든 것이 좋아지지는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본 개념부터 잘 정리해서 저런 형태의 수업까지 잘 다져진다면 고등수학에서의 변별력은 확실히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중 2-2의 각 단원별로 체크해야 할 내용, 갖춰야 할 습관에 대한 핵심을 짚어드리겠습니다.
─
저자
손아름 원장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치동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로 있습니다. 고등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초등때부터의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초중등 대상 수업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대치동에서 수학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의 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수학교재 집필 등을 하며 입시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공부가 머니?>에 영재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대치동 초등 로드맵> <수학에 심장을 달다>집필, <대치동 명강사들의 10인 10색 관리법>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