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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수학 영재!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대표입니다. 서울과학고 3학년 배준휘·최우진·이규동·이지후 학생과 2학년 진영범·정유찬 학생으로 이뤄진 한국 국가대표팀은 7월 열린 IMO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로 전원이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중 배준휘 학생은 42점 만점을 받아 개인 1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뒀고, 이규동 학생과 함께 3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이런 수학 국가대표는 경시대회 준비를 어떻게 했을까요?
Q. 자녀가 IMO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나요?
진영범 어머니: 저는 IMO를 잘 몰랐어요. 영범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IMO 대표들이 실린 사진을 우연히 봤어요. 자신도 수학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당시엔 흘려들었죠. 몇 년 지나고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IMO 준비를 시작하게 됐어요.
이규동 어머니: 혼자만의 시간을 줬어요. 수학은 철학과 같이 생각하는 학문이어서 여유로운 마음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수학 관련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준 것이 규동의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이지후 어머니: 특별한 건 없고,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계획을 짜서 미리미리 공부하라고 조언하는 정도예요. 또 아이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하라고 독려했어요. 예를 들면 지후가 정보 공부에 흥미 있어서 하면 컴퓨터를 마음껏 쓰도록 하는 했지요. 이때 게임을 해도 제지하진 않았어요.
정유찬 어머니: 의도하진 않았지만 의외로 도움이 된 방법이 있어요.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딱 한 권만 고르도록 했어요. 그렇게 하니 어떤 책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스스로 책의 목차를 보고 문제 수준도 가늠하면서 공부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어요.
진영범 어머니: 독서를 많이 하게 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도서관에 매일 들러서 책을 빌렸어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을 배우고, 어떤 정보든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아요.
▲ 2023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3일 앞둔 7월 4일 서울대학교에서 집중교육을 받는 수학 국가대표들입니다.
집중교육 기간에는 IMO 출신 대학생 조교가 직접 문제를 만들거나 좋은 문제를 선정해 제공하면 국가대표 6명이 토론을 통해 해결하며 막바지 준비를 합니다.
Q. IMO를 준비하면서 자녀가 힘들어할 때 어떻게 도움을 줬나요?
이지후 어머니: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수학 올림피아드 국가대표와 정보 올림피아드 국가대표도 아쉽게 선발되지 못했을 때였어요. 지후가 ‘정말 열심히 했음에도 국가대표가 되지 못했는데, 이제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하고 힘들어했어요. 지후에게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 무엇이 됐든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며, “하다가 안 되면 다른 걸 하면 된다”라고 말해주면서 많이 안아줬어요.
정유찬 어머니: 힘들어할 때 기분 전환할 수 있도록 가족이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가서 생각이 환기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진영범 어머니: 영범이가 중요한 시험장에 가면 긴장해서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결과가 못 나와서 속상해할 때가 있었어요. 영범이에게 그런 점을 받아들이고, 시험장에서 줄어드는 실력만큼 더 공부해서 채워가면 잘 될 거라고 얘기해주곤 했어요. 그 후엔 묵묵히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힘든 과정을 극복해낼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최우진 어머니: 감사하게도 우진이 크게 슬럼프에 빠지거나 크게 낙담한 적은 없었어요. 누구든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만족할만한 좋은 결과를 얻기는 늘 어려운 법이지요. IMO 준비 과정에서 결과가 아쉬울 때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메꿔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같아요.
Q. 자녀들에게 IMO 출전은 어떤 의미인 것 같으세요?
배준휘 어머니: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며, 경험하는 많은 것이 장차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해나갈 때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아요.
이규동 어머니: IMO는 규동이에게 자신감과 행복을 준 것 같아요. 또 IMO 대표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큰 배움이 됐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지후 어머니: IMO의 경험은 지후에게 수학을 더 좋아하고, 공부하고 싶게끔 한 축제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는 건 지후에게도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정유찬 어머니: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 관점에서 수학을 잘하는 전 세계 또래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이자 큰 무대에 설 기회인 거 같아요. 또 중고등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진영범 어머니: IMO 출전을 하면서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세상에는 도전해서 이겨낼 일이 많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최우진 어머니: 꿈을 위한 도전의 작은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해요. 수학자가 되고 싶은 우진이에게 IMO는 하나의 도전해 볼 만한 단기 목표가 됐지요.
▲ 7월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에서 열린 2023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마지막 날, 폐막식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폐막식에서는 동메달부터 점수가 낮은 순으로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전원 메달을 획득해 모두 시상대에 올랐으며, 배준휘 학생은 만점을 받아 가장 마지막에 소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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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학동아
손인하 기자(cownina@donga.com)
수학 국가대표 6명의 공부 비법과
IMO 대표 출신 대학원생, 직업인의 이야기는
수학동아 9월호에 소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