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 이어, 오늘은 중3-1 수학의 각 단원별로 체크해야 할 내용, 갖춰야 할 습관에 대한 핵심을 짚어드리려 합니다.
초등부터 중등1~2학년까지는 유리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중3 과정에서는 실수로 시야를 넓히는 단계로 진입합니다. 수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좀 더 자유로운 수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그래서 향후 나올 2차 방정식 뿐 아니라 고등과정에서의 n차 방정식까지 접근이 가능할 수 있도록 무리수와 제곱근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학습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중등 전 과정을 통해 [실수]라는 수 체계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고등에서의 [복소수]까지 수 체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무리수는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개념이기에 무리수와 제곱근, 특히 루트라는 기호와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호는 늘 낯설기 마련이고, 아이들은 그 낯설음의 강도가 강할수록 이를 이용한 문제에 쉽사리 도전장을 내지 못합니다. 고등 대수를 위해서는 이제껏 워밍업에 불과할 뿐, 본격적인 시작은 이게 첫 발자국에 불과한데 말이지요.
그래서 무엇보다 중3-1의 첫 단추가 되는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계산에서의 무리수의 활용에 대해서 자유자재로 익힐 수 있도록 되도록 다양한 유형별로 학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유형이라 하더라도 난이도가 올라가면 복잡한 유리화, 제곱근과 절댓값의 융합문제, Telescoping Sum을 사용한 소거법 문제 등 아주 다양한 문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난이도 오름차순으로 쉬운 문제집의 단순 연산 문제부터 시작해서 위에서 언급한 어려운 유형을 담고 있는 문제집까지 다양하게 섭렵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수 연산 파트라고 해서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해졌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서 충분한 워밍업을 해두는 것이 다음에 나올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에 대한 수월한 이해를 가능케 합니다.
곱셈공식은 원래 중2-1 다항식의 계산에 속해있던 단원입니다. 중2-1에서의 학습 부담도 줄이고 연계 단원인 ‘인수분해’와 ‘이차방정식’와 함께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중3-1로 이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현장에서 학습을 하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실제 곱셈공식은 완전제곱식이나 합차공식으로 일컬어지는 단순한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완전제곱식이라 하더라도 파스칼의 삼각형을 이용한 고차 완전제곱식을 규칙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고, 치환을 통한 다양한 곱셈공식을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중등 심화서에는 이런 내용들이 곧잘 다루어집니다. 고등과정까지를 염두에 두었을 때는 이런 부분의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러려면 기초 곱셈공식이 뼈에 새겨지듯 자리잡혀 있는 것이 필요하지요.
[곱셈공식]이라는 이름에서처럼 공식화해서 척하면 척! 나오는 단계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하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즉, 3-1에서 처음 배우고 바로 곱셈공식의 역 과정인 인수분해를 들어갔다가 바로 이차방정식으로 넘어가는 흐름에서는 충분한 익힘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함정이 생기게 되지요.
그래서 되도록 중2-1의 다항식의 계산 파트를 학습할 때, 단순한 형태의 곱셈공식 정도는 숙지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3-1의 연산문제집에서 곱셈공식만 발췌해서 미리 볼 수 있게 해주시는 정도라면 충분합니다. 연산 문제집은 시중에 있는 그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지만 보통은 [바쁜 중학생을 위한 빠른 중학연산]을 많이 추천드리는 편입니다. 분량은 제법 되지만 연산책이니만큼 난이도가 낮고 반복 연습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서 다항식의 유연한 계산까지 시너지 효과를 누려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차방정식은 곱셈공식의 역과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차방정식을 완전제곱꼴로 바꾸어 근을 구하는 과정, 여기에서 근의 공식을 이끌어내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근의 공식에서 판별식이라는 개념을 깨우치게 되고, 판별식에 따라 실근의 개수가 정해질 수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아울러 근과 계수와의 관계까지 이끌어낼 수 있구요.
즉, 인수분해 따로, 완전제곱꼴 따로, 근의 공식과 판별식, 근과 계수와의 관계를 공식 외우듯 하나하나 따로 각개격파할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이 이차방정식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것임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나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제법 복잡해보이는 융합 개념 문제도 유형을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차방정식을 근의 공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혹은 유형을 나누어 [이건 근과 계수와의 관계네!], [이건 판별식 문제네!] 하면서 일대일 대응으로 유형하나에 문제 하나, 이렇게 빠르게 해결하고자 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금세 바닥이 드러나는 얕은 공부입니다.
이차방정식의 문제풀이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이차방정식의 해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개념을 한 덩어리로 잘 여며서 머릿속에 이차방정식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만 한다면 이차방정식의 문제풀이에서 놀랍도록 수월해지는 것을 보실 수 있을거예요. 사실 이차방정식은 그렇게 내용이 많지 않거든요. 이차방정식 그 하나의 덩어리를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중2-1에서 일차방정식과 일차함수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일차함수 말미에 강하게 강조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아래와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일차함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일차방정식과 일차함수의 관계성에 대해서 알고, 연립일차방정식과 일차함수의 공통해에 대해서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대수식과 그래프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요 ^^
실제로 이차함수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1에서의 그래프와 대수식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사고하는 습관이 들여져있다면 3-1에서도 성공적인 대수 과정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지요. 함수와 방정식의 관계성이 바뀌는게 아니라 차수만 늘어난 것 뿐이니까요.
방정식이 좌표평면상에서 어떻게 그래프로 구현이 되는지, 그리고 그 도형의 방정식이 서로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고, 교점은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것이 공통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차함수의 평행이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중3-1에서 처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중1, 중2 과정을 통해서 숙지가 되어있다는 전제하에 차수만 늘려서 중3-1의 과정을 배우는 것 뿐입니다.
이차함수와 이차방정식의 관계, 이차함수와 일차함수와의 관계 문제에서 유난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이차함수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2-1의 일차방정식과 일차함수의 관계 부분에서부터 약점이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부터 리뷰를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중등 3-1 과정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보았습니다. 고등수학을 앞두고 있는 단계이기에 철저히 고등을 염두에 두고 학습해야 함은 서두에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그것에 더해 좀 더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고등에서의 높은 비상을 가능하게끔 시간을 들여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까지 차곡차곡 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중등 진도 떼기가 아니라 고등에서의 강한 실전 능력이어야 하니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익숙해짐, 제대로 젖어듬의 시간입니다.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누구는 3개월에 1학기를 끝낸다더라, 누구는 한번에 기본부터 심화서까지 본다더라. 그런 말이 내 아이에도 적용될 수 있겠거니. 하면서 헛된 희망회로를 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지켜봐주세요. 안되는건 티가 나지요. 그 티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막무가내로 달리게 되면 그 결과는 고등에서 낙뢰처럼 쏟아집니다. 아이마다 아이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그 이후의 큰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으실거죠? ^^
다음 칼럼에서는 중등 마지막 과정인 중3-2 수학 학습법으로 인사드릴게요.
이상,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이었습니다!
저자
손아름 원장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치동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로 있습니다. 고등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초등때부터의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초중등 대상 수업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대치동에서 수학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의 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수학교재 집필 등을 하며 입시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공부가 머니?>에 영재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대치동 초등 로드맵> <수학에 심장을 달다>집필, <대치동 명강사들의 10인 10색 관리법>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