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자녀들의 디지털기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
애플의 故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구글의 현 CEO 순다 피차이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기술 기반의 세상을 만들어 낸 테크업계의 거장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자녀의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포함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했다는 것입니다.
게이츠는 자녀가 14세가 될 때까지 핸드폰을 허락하지 않았고 스크린타임에 엄격한 제한을 두었으며, 잡스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 중에 본인의 자녀는 아직 아이패드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이패드가 새로 런칭된지 시간이 꽤 지난 시점이었음에도, 자녀들의 디지털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요. 순다 피차이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많은 현직 CEO와 창업자들이 자녀의 스크린타임을 집에서 뿐 아니라 교육 환경에서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술들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면서 가치와 이윤을 창출해내고 있는 이 혁신가들은, 디지털 기술과 콘텐츠의 중독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래서 자신들의 자녀가 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기술의 ‘무념무상’성
그 목적이 오락이 되었든 교육이 되었든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되기가 쉬워집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하는 대부분의 스크린타임 활동은 특별한 노력이나 목적성 없이 무념의 상태로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스크린타임과 소셜미디어에의 노출이 우리 아이들에게 심지어 해롭기까지 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사회과학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직 교사들로부터 요즘의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간단한 과제나 지시도 따르기 힘들어 하며 상대방과 눈 마주치기 조차도 어려워한다는 류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학교에서의 디지털 기기 학습과 사용에 대해 교사 시각에서의 문제점들을 분석한 책 “Screen School”에서 저자 클레멘트와 마일즈는, 기술에 중독된 아이들은 정보를 찾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 능력, 사회성은 떨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제시합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법 10가지 중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방법은 단 한가지도 없었으며,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과용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시대가 지나도 불필요하거나 유효성이 지나지 않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그것은 읽기, 쓰기, 수학, 분석적 사고,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능력에 해당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부모와의 시간"
디지털 기술은 혁신이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이 과거 세대와 달리 누릴 수 있는 특혜이기는 하나, 역설적으로 그 특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아이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Common Sense Media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은 고소득층 가정의 청소년들에 비해 하루 2시간45분 이상씩 디지털 미디어를 더 소비한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의 경우에는 가정내 자원이 부족할수록 부모와 직접 대면하는 시간 또는 가족이 함께 하는 경험 대신에 디지털 기기를 베이비시터 삼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를 자주 활용할수록 우울증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27% 증가했으며, 하루 3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자살충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35% 높아진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를 밀착 취재하며 그 일대기를 책으로 정리했던 작가 아이잭슨에 따르면, “잡스는 매일 저녁, 부엌 테이블에서 아이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책, 역사, 그리고 세상의 다양한 일들에 대해 대화 나누는 것을 중요시했다”면서 집에서 “아이들이 아이패드나 컴퓨터를 꺼내보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라고 한 바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대화와 가족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교감을 나누는 시간들, 또 스크린을 통해 정답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실패하면 다시 만들어보고 그 과정 중에 선생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며 소통하는 경험들, 이것이 꼭 필요한 시기들이 있습니다. 테크업계의 거장들이 ‘우리 아이만큼은’ 피하게 하고자 했던 일. 우리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기기 앞으로 맹목적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저자
똑똑하마 김지영 대표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 증권사, 인터넷 기업을 거쳐 삼성에서 최연소 여성임원으로 오랜 기간 재임했습니다. 현재는 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 과학놀이 키트 ‘똑똑하마’를 만드는 ㈜이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으며, 두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와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 똑똑하마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