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독서가 무엇인가?
취미생활로서의 독서는 부담이 없고 즐겁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학습을 위한, 배움을 위한 독서는 다소 괴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도움이 됩니다. 누구나 독서는 꼭 필요한 활동이라 추천하지만 모두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습에 도움 되는 독서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과목보다 과학과목에 있어서 독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책으로 배운 과학
파브르나 에디슨, 다윈의 일화를 들어보면 과학의 시작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타고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듯합니다. 탐구의 대상은 자연 그 자체이고, 자연이 최고의 과학 교과서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는 경험 보다는 교과서와 책읽기를 통해 과학을 배웁니다. 예를 들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관찰할 수 있나요? 우선 우리는 별을 바라보기 전부터 동쪽과 서쪽 이라는 방향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추상적인 개념들은 경험이 아닌 배움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 산이나 바다에 가서 재미있게 노는 것 외에 다양한 지형의 생성과정에 의문을 갖게 될 경우에는 풍화나 퇴적 같은 지형 생성의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여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독서로 배우는 과학인 것입니다.
이렇게 듣고 나면 실험과 자연관찰이 아닌 책으로 과학을 배우는 것은 매우 흔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과학독서의 경험은 분명 이야기책, 문학독서 경험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문학의 특징은 그것이 허구이지만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라는데 있습니다. 비록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 채 실제로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구체적인 맥락 덕분에 재미를 느끼기 쉽고 결국 주제의식을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과학은 이와는 정반대의 구조를 지닙니다. 문학과 달리 사실이기에 어쩌면 더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설명이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특히 과학의 현상이 아니라 그 내면의 원리를 설명하고자 하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아이들은 흥미가 떨어집니다. 멋진 스포츠카를 보고 그 외관과 빠른 속도에 감탄하며 동경하지만 정작 엔진과 설계의 원리를 배우는 것은 매우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런 경험, 특히 책으로 과학을 배운 부작용 탓에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첫걸음은 과학 스토리텔링부터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문학처럼 읽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즉,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학습만화들처럼 주인공들의 스토리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과학의 진짜 주인공들, 예를 들어 동물과 식물, 원소와 물질들이 직접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과학책 시리즈를 찾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과학책 중에 “장수와 뎅이” 같은 책이 있습니다. 에벌레부터 시작해 성충이 되고,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뒤, 죽음을 맞이하기 까지 생명의 한살이를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나아가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좋은 독서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과학독서의 첫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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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성호 원장
지난 15년간 대치동에서 입시논술과 독서논술을 지도해 왔습니다. 학생들이 논리적 글쓰기와 탐구활동을 통해 탐구역량을 기르고,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컨설팅과 강연, 저술과 강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 에이프로아카데미 원장
- 브릿지교육컨설팅 대표
- 서울대학교 졸업
- 『교과서로 다 배운 논술구술』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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