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부모에게는 끝없는 숙제에요. 학부모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영어는 잘해서 취직하고, 수학은 잘해서 대학에 간다. 입시에서 수학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요. 영어는 수능에서도 절대평가로 바뀌어서 ’못 하면 안 되는 과목‘이 되어버렸어요. 이제 다 잘하게 된 과목. 영어로는 변별력이 없는 셈이지요. 그렇게 되면 수학이 가지는 변별력은 상대적으로 커지게 되지요. 그래서 취직은 영어가 책임(?)지지만, 입시는 수학이 책임지게 되는 거예요.
저학년 수학. 학부모로서는 고민이 많아져요.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열심히 수학 공부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 그래도 아이들인데 나가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 그런 마음에 몇 시간 동안 수학 공부만 하게 하시는 부모님도 계시고, ’노는 게 좋은 거지’라는 마음으로 많이 놀게 하시는 부모님도 계시지요. 이 두 가지 대척점 사이에서, 많은 부모님이 어느 정도의 절충을 하시게 돼요.
5~6학년 같은 고학년의 경우에는 수학 공부의 양상이 달라져요. 그때부터는 학원에서 선행을 열심히 하게 만드시기도 하고, 현행을 단단하게 다지게 하시기도 하고, 부모님들의 선택에 따라서 수학 공부의 모습이 달라져요. 그래서 특별하게 ’이렇게 하시면 좋겠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어려워요. 선택은 개인의 몫. 결과도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지요. 고학년 때부터는 부모님의 교육관에 따라 수학 공부의 모습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3~4학년까지의 중학년의 경우에는 학교 진도를 잘 맞추면서 복습도 열심히 하고 수학을 즐기게 해주는 것도 좋은 선택이에요.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면 한 단원에 한두 페이지 정도 ’놀이 수학‘ 차시가 있어요. 각 단원에서 배운 내용을 놀이하면서 익혀보는 활동이지요. 예를 들면, 2학년 2학기 2단원 <구구단> 교과서를 살펴보면 곱셈구구를 이용해서 곱셈 빙고를 해보는 놀이가 있어요. 가로, 세로 3칸의 놀이판에 2단의 곱셈을 자유롭게 써 보고, 친구와 함께 빙고를 해보는 놀이에요. 비슷한 맥락으로 ’탐구수학’이라는 차시도 살펴볼 수 있어요. 1학년 2학기 3단원을 보면 네모, 세모, 동그라미 모양을 오려보고 마을을 꾸며보는 활동이 있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은 네모, 세모, 동그라미라는 도형을 익히고, 그런 모양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꾸미며 이야기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어요.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놀이 수학’과 ’탐구수학‘이 지향하는 바는 뭘까요? 바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수학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거예요. 책상 앞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만이 수학이 아니라, 놀이나 생활 속에 어디서든 수학이 있다는 것. 그래서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 목적이지요.
교과서를 통해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지만, 집에서도 아이들은 수학이 생활에 밀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서 계산해 보는 활동은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교과서에서 열심히 해야 하는 활동이니까요. 그런 활동을 해보면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과자 하나씩만 사줘도 굉장히 즐거워해요. 생활과 수학을 연계시켜 주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연계를 시켜야 할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 재미있는 자료를 읽게 해주는 것도 좋아요.
도서관에 가면 수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책들이 많아요.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주면 수학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지요. 어린이수학동아처럼 읽기 자료와 놀이북이 함께 있는 잡지를 책상에 놓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이들이 재미있는 지문을 읽으면서, 놀이북을 하면서 어느새 수학에 빠져드니까요.
매일 연산 문제집을 풀고, 수학 문제집을 통해서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학을 접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아이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해준다면 나중에 ’대학을 책임지는‘ 수학은 부모님들을 편하게 해줄 거예요.
필자소개: 이진혁 교사는 교육총경력 18년차 현직 초등 교사이자 5, 6학년 아들 형제를 키우는 학부모이다. 현재 경기 구룡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초등 집공부의 힘>, <초등 아들 첫 습관의 힘>, <아들을 잘 키운다는 것> 등 3권의 책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