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면서 토론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부터 논·서술형 수능 도입이 유력합니다.
교육 현장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토론형 논술교육과정인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추구하는 교육 체제인데요. 대구와 제주 교육청이 일찌감치 IB 교육을 주도하기 시작한 가운데 올해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도 IB 프로그램 도입 의사를 적극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교육의 문제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주입식 교육, 입시 결과 위주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교육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죠.
토론은 종합 사고력 활동의 끝판왕입니다. 단순히 생각하고 말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배경지식과 다양한 근거를 동원해 자기 생각을 체계화하고 논리화하며 그것들을 연결하고 융합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혼자 하는 활동이 아니다 보니 그 안에서 사회적인 능력도 배웁니다. 상대와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경청하는 법,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의 습득은 나아가 바른 가치의 형성 및 인성과 인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죠.
현 시점에서 우리의 토론 교육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한 번 볼까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에 처음으로 ‘토론’이 등장합니다. 주로 토론 주제를 파악하고 찬성과 반대의 주장을 정리하고 제시된 근거가 무엇인지를 찾는 활동들이 ‘학습’의 형태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런 형태는 토론을 ‘공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래형 교육으로 제시되는 토론은 공부나 과목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토론식 교육은 당면한 현실인데 아이도 부모도 갈 방향을 모르니 이 틈을 파고드는 건 당연 사교육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토론 교육은 대부분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능이 논,서술형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곧바로 관련 사교육 열풍 뉴스가 뒤따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죠.
그러나 토론력은 학원이나 사교육 현장에서 공부로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마치 다른 과목 선행학습 하듯 수많은 토론 주제들을 다루어 보고 찬성과 반대의 ‘예시’들을 마치 정답 외우듯 미리 공부하는 방식은 그저 토론의 기술을 익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진짜 토론력이란 공부가 아니라 일상이자 문화, 그리고 태도가 될 때 비로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힘을 갖게 됩니다. 그것이 토론인지도 모르게, 일종의 대화 방식으로 어릴 때부터 서서히 자연스럽게 습득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사교육이 아닌 엄마와의 생활 속 토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토론과 대화는 한 끗 차이입니다. 평소에 아이와 하는 대화도 얼마든지 토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의식적으로 패턴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예를 들면, 외식 메뉴로 무엇을 고를지, 친구 생일 선물로 어떤 게 좋을지, 오늘 같은 날씨에 어떤 옷차림이 적당할지, 소풍 갈 때 용돈은 얼마가 적당할지 같은 일상적 논의부터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갈등), 가족 간에 의견 조율이 필요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나눌 필요가 있는 상황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깁니다.
물론 합리적 결론이나 판단을 내리는 데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일상 속 사소한 문제부터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되면 그 자체로 토론의 기본기가 됩니다. 더구나 자기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내면서 참여한 경우 아이는 자기 주도성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 특히 공부와 관련해 논의가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더더욱 토론의 대화 방식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시켜서 하는 학습과 스스로의 힘을 발휘하는 학습의 결과 차이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토론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즉, 질문만 잘해도 그 토론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죠. 생각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가 바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토론을 가능케 하는 질문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솔루션을 찾기 위한 질문들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의견은 어때?”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등등 ‘나와 너’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아이에게 독립적인 의견을 구하는 방식의 질문이 그것입니다.
또 하나는 ‘왜 그럴까, 이유가 궁금하다’와 같이 호기심이 발동할 만한 질문들입니다. 이런 방식의 질문에는 엄마의 호기심과 상상력도 요구됩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질문으로 생각을 자극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는 전기자동차를 보면서 “전기차는 100% 친환경일까? 그럼 계속 많아져도 괜찮은 걸까?”라고 물을 수도 있고, 산책 중인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에게 명품 옷을 사주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 어떻게 생각해?”라고 질문할 수도 있겠죠. 밥상머리에서 “그런데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처럼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쟁중인, 그러나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요. 이와 같은 질문들은 논리적 근거를 찾기 위한 생각 활동만이 아니라 잠자던 지적 호기심을 깨우는 데까지 확장돼 자발적 학습으로 연결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답니다.
자, 그럼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선택하면 좋을지 궁금하시죠. 아이 연령별 토론 주제와 실전 가이드는 칼럼 2화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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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진영 대표
토론 콘텐츠 및 부모 교육 서비스 '어나더씽킹랩' 대표
『엄마표 토론』, 『생각이 자라는 아이』 저자
전) 여성중앙, 한국경제 한경비즈니스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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