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님들이 엄마표 교육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스스로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정확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니까’, ‘정확히 알려줄 수 없으니까’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아이가 엄마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 제대로 된 학습이 되지 않을 것이란 걱정에 ‘사교육’을 택하죠.
잘못 생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토론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영역이 아닙니다. 같이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행복한 성장의 과정이죠.
물론 토론의 ‘가르침이 필요한’ 영역인 순간도 있습니다. 고차원적인 주제와 철학적 사고, 수많은 배경지식이 등장하는 논쟁과 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의 문제가 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토론의 기본기는 대화의 형식을 빌린 일상 속 다양한 주제 토론을 통해 길러집니다.
1. 독서토론
아이와 토론을 같이 묶었을 때 생각나는 가장 흔한 형태는 독서토론입니다. 접근성도 쉽고 자녀 교육의 최대 목표 중 하나인 ‘독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도 가장 환영받는 형태입니다. 독서가 가진 수많은 장점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토론까지 더해지면 사고력 확장은 날개를 날게 되겠죠.
문제는 가장 이상적인 독서토론이 막상 ‘엄마표’로는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부터, 아이에게 던질 질문과 생각거리 등을 고민하는 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니 책을 읽는 그 자체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엄마가 이런 감정이라면 아이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책 좋아하던 아이가 독서를 공부처럼 여길 수도 있고, 시간 내에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책 읽기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독서토론은 양날의 검이죠.
이런 이유로 많은 부모님들이 ‘독서 토론 교재’를 찾습니다. 그런데 모두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은 독서토론을 무한 창의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독서토론을 모두에게 권장하지 않는 이유가 더 있습니다. 이제는 많은 부모님들이 알고 계신 ‘독서권리장전’이 근거인데요. 프랑스 작가 다니엘 베다크가 쓴 <소설처럼>에 등장하는 독서에 대한 열 가지 권리 중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가 나옵니다. 책읽기를 토론 교재로 삼았을 때는 누릴 수 없는 권리들이죠. 결정적으로 하나가 더 있는데요,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그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반드시 무언가를 ‘논’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조건 없이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독서토론의 장점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학년별 필독서, 독서토론 교재 추천서에 의존하는 대신 아이와 함께 읽을 책을 고르기, 엄마가 호기심을 발동하여 질문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기,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레 관련 도서를 추천한 뒤 후에 생각 나누기 활동을 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토론을 위한 소재는 우리 주변에 넘쳐납니다. 말 한마디, 질문 하나로 얼마든지 토론을 시작할 수 있지만, 우리 일상은 대체로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이 다양하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때 도움 받을 수 있는 매개가 바로 뉴스입니다. 화제가 되는 이야기, 감동적인 사연, 논란 거리가 되는 이슈들, 새로운 발견이나 발명, 환경이나 과학 등 수많은 소재가 매일 생겨납니다. 국내 이슈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가벼운 이야기부터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주제까지 차고 넘치죠. 반드시 실시간 이슈를 꿰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 아이가 관심 갖고 있는 분야, 호기심을 느낄 만한 토픽 등 검색만 하면 내 아이에게 최적화된 토론 주제를 금방 찾아낼 수 있으니까요.
“오늘 엄마가 뉴스에서 봤는데 말이야”라며 화제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해, 슬쩍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또 엄마의 의견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아이는 토론이 아닌 ‘엄마와의 진지하고 즐거운 대화’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을 지속하면, 아이는 어느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시각도 갖게 되죠. 지금도 입시철만 되면 나오는 ‘논술 및 면접을 위한 시사 및 상식 문제’와 같은 리스트를 ‘시험용’으로 따로 숙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또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넓은 세계를 간접 경험하며 사회 이슈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결국 공감 능력도 높아지는 효과까지 있습니다.
반드시 어떤 ‘매개’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토론의 상황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보는 TV프로그램, 애니메이션, 유튜브 컨텐츠 등에서도 얼마든지 토론의 시작을 위한 ‘질문’은 가능합니다. 어린이과학동아, 어린이수학동아와 같은 어린이 잡지도 좋은 소재가 됩니다. 아이의 일상 생활에서도 논의해야 할 일들은 많죠. 유치원, 학교, 친구 관계, 가족 관계, 어떤 특별한 날이나 시즌, 계절 같은 것들도 대화를 빙자한 토론 입문을 해보기에 좋습니다. 그러려면 아이를 잘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늘 반복되던 일상에서도 어느 날 아이가 특별한 반응을 보이거나, 눈빛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거나, 표정의 변화가 감지된다면 그때가 생각을 물어볼 좋은 타이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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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진영 대표
토론 콘텐츠 및 부모 교육 서비스 '어나더씽킹랩' 대표
『엄마표 토론』, 『생각이 자라는 아이』 저자
전) 여성중앙, 한국경제 한경비즈니스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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