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미취학 시기의 기초 연산을 공부하는 때부터 초3~4학년 수학을 공부하는 모든 아이들이 가져야 하는 큰 목표를 세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교과 수학에 있어서 연산은 세끼 밥이나 마찬가지다. 꾸준하게 연산 연습을 하는 습관을 기르자.
두 번째. 저학년 과정일수록, 쉬운 과정일수록 천천히 꼼꼼하게 한발씩 내딛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아이만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 번째. 많은 내용을 넣는 것 보다 수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기르는 것에 관심을 두자.
위의 과정을 통해 꾸준한 연산 학습이 익숙해지고, 기본부터 응용까지 천천히 잘 다지는 습관이 길러졌다면 이제 고학년 수학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서는 ‘초등 교과 수학의 마의 구간’, ‘첫번째 수포자 양산의 시기’라 불리는 초5~6과정의 학습이 왜 어려운지, 이 시기의 학습이 중등 과정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어떤 학습 과정을 거쳐야 안전하게 중등 과정에 당도할 수 있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위 초등 교과수학 커리큘럼 자료를 통해 초등 수학 전과정의 흐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초1~4과정을 통해서 수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보이시죠? 1부터 9까지의 수. 그리고 두자리, 세자리, 네자리... 이후 억이나 조와 같은 큰 단위까지. 매우 세세하게 나누어 천천히 흐름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곱셈과 나눗셈의 경우도 초2의 곱셈구구부터 초4의 좀 더 큰 수의 곱셈과 나눗셈까지 호흡을 쪼개어 서서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아이들이 활용문제에서 유독 어려워하는 분수와 소수는 또 어떤가요. 초3-1의 분수의 표현에서부터 시작해서 초5-1까지 분수와 소수의 덧셈, 뺄셈만 차분하게 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위에서 말씀드린 수와 숫자, 자연수의 곱셈과 나눗셈은 하나의 원리만 이해한다면 자릿수가 아무리 많아진다 한들 같은 원리로 접근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다소 기계적이라 하더라도 자연수의 사칙연산 연습이 잘 되어있는 경우가 상당히 빠르게 교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분수와 소수는 자연수를 쪼개고 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동안 천천히 그 수의 개념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4-2까지는 분모가 같은 수에 대해서만 덧뺄셈과 수 비교 등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초견으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향후 나오는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보완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수와 기초 도형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도록 비슷한 개념을 계속해서 등장시키며 과정상의 급격한 상승 없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5학년 과정에 이르러서야 급격한 태세 전환을 시도합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기초 익혔지? 사칙연산 자유롭지? 그럼 이제부터 시작한다!’
갑자기 어려워지는 초5 수학
실제로 초5 과정에서부터 다루어지는 단원들, 그리고 그 문제 수준을 보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정확하게 감을 잡으실 수 있도록 대수 파트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자연수의 사칙연산을 찬찬한 흐름으로 학기별로 쪼개어 알려주던 이전과는 다르게, 한번에 [혼합계산] [약수와 배수]로 묶어서 5-1 첫 스타트인 두 단원으로 단번에 나가버리죠. 그 다음에 나오는 [규칙과 대응]도 이전까지 학습해온 대수 내용을 이용한 수열의 성격이 짙습니다. 그리고 [약수와 배수]를 배웠으니 바로 [약분과 통분]을 통해 좀 더 복잡한 분수의 덧뺄셈, 크기비교를 하도록 유도하며 이것이 곧장 5-2의 [분수의 곱셈]으로, 그리고 6-1의 [분수의 나눗셈]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분수가 가지는 의미는 ‘전체 중의 부분’ 이며 ‘특정 대상을 몇 개로 등분했을 때 하나의 등분재가 가지는 양은 얼마인지’ 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니 기준량과 비교량의 개념이 빠질 수 없겠지요. 이것이 바로 분수가 [비와 비례]로 연결되는 이유입니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까지는 아이들이 그림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원입니다. 실제로 교과서나 문제집에도 그림으로 계산과정을 표현해내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하지만 분수의 곱셈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수와 자연수의 곱셈, 분수와 분수의 곱셈 등을 ‘그거 쉽잖아, 분자끼리 분모끼리 곱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라고 하신다면 그것은 단순한 스킬만을 의미할 뿐, 아이들의 개념 이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곱셈이 가능한지, 왜 그런 나눗셈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이해해야만 하고 그 이해를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연수의 사칙연산은 비교적 직관적인 이해가 수월한 편이고 개념의 설명도 쉽게 할 수 있는데 비해서 자연수라는 범위를 벗어나면 개념의 확장이 어려워집니다. 이와 같이 어려운 단원들이 5, 6학년 대수 과정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데 이것이 여러 단원에 걸쳐서 나누어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단원마다 집약적으로 박혀 있습니다.
탄탄한 초5 수학 = 중등을 버틸 수 있는 힘
즉, 초 5~6과정에서는 한 단원마다 담고 있는 내용의 양, 그리고 깊이가 상당해집니다. 지금까지 천천히 완만한 경사로를 힘들이지 않고 산책했다면 초5과정부터는 기울기가 큰 경사로를 힘겹게 조금씩 걸어 나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개념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수준도 이전 교과과정보다 빠른 속도로 어려운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는 언어적인 이해 수준을 고려하여 쉬운 문장제 등을 출제하게 되지만 ‘고학년부터는 언어적인 이해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 하에 문제를 내거든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 막 배운 내용도 어렵지만 지금까지 배운 내용들을 전제로 하여 다양한 문제를 출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과정이 탄탄하게 뒷받침 되어야만 중등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고, 중등을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지요.
자, 그래서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어른들이야 이 과정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것이기에 한 고비 한 고비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의 지도를 해오면서 개념 이해 뿐 아니라 문제 해석, 풀이 논리까지 좀 더 확실한 이해 도모를 위해 더 이상 자세할 수 없으리만큼 친절한 설명을 하는 때,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때는 단언컨대 초등 5~6학년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이 개념이 이해가 되니?’ ‘이 문제가 이해가 되니?’ 라고 물었을 때, ‘들을 때는 알 것도 같았는데 저 혼자 보면 잘 모르겠어요.’ ‘이제 개념 이해는 좀 되는 것 같은데 문제 푸는 건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과정은 아이들에게 꽤 충격파가 큽니다. 이 내용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은 내용 이해가 머릿속에 담길랑말랑 하는 차에 바로 문제로 뛰어들어 실수없이 연산을 완성하는데 집중해야 하며, 연산이 이제 좀 익숙해지려는 찰나에 조건도 많고 함정도 많은 문장제와 맞서야 합니다.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고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수 있기에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이 과정을 끼워 맞추듯 해서는 좋은 이해도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초5, 6 과정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초 5~6 과정은 다른 어떤 과정보다도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을 거듭해야 합니다. 그렇게 초6 과정까지를 마쳐야만 중등 수학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간혹 초등 고학년 과정을 진도떼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학기별로 문제집 2권 이상은 풀어보았다며 서둘러 중등 교과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사실 굉장히 자주 보는 케이스입니다.) 문제집의 권수나 공부했던 기간이 결코 아이의 이해도, 성취도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약수와 배수, 비와 비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등에서의 활용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중1-1의 유리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으며 일차방정식과 정비례, 반비례의 개념, 그 활용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어불성설이지요.
고학년 수학을 위한 꿀팁
충격파를 줄이고 마의 구간이라는 초5~6과정을 최대한 매끄럽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아래 내용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초3~4 과정에서의 문장제 문제 풀이의 연습이 덜 되었다면 그것부터 충분히 연습시키고 5학년 과정으로 넘어가자.
둘
본격적인 교과 시작에 앞서 기계적인 연산 연습은 미리 하고 들어가자. 초5 과정 들어가기 전에 적어도 약수와 배수, 약분과 통분, 분수의 덧뺄셈과 곱셈을, 초6 과정 들어가기 전에는 분수의 나눗셈과 비와 비례, 비례배분!
셋
초5~6과정은 진도 떼기의 대상이 아니다. 초등 고학년 수학은 중고등 수학이라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짓기 위한 기초공사이다. 이 과정의 부실공사는 결국 중고등 수학의 붕괴를 불러온다.
넷
제발 가볍게, 빠르게 보고 나중에 또 보겠다는 생각일랑 접자. 가볍게 지나간 내용은 머릿속에 남지도 않고 중요한건 다시 볼 때 처음처럼 집중 안한다.
다섯
초등 고학년 과정은 반드시 시중 응용문제집까지 소화할 수 있어야한다. 초등 저학년보다 고학년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응용, 심화 연습! 차고 넘치게 연습하고 힘들게 공부해야한다.
여섯
특히 초5~6과정의 대수 파트는 중등 1-1의 기초가 되고 이 과정의 응용심화 연습은 중1의 응용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의 근거가 된다.
대수 파트만큼은 양보없이 끙끙대며 응용문제 풀고 또 풀어야 한다. 이때는 양치기가 필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시키자.
일곱
초5~6 과정의 기하파트는 중1-2에서 다시 한 번 총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복잡한 계산은 지양하고 도형의 성질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중1-2가 낫다.
원주율 3.14 써서 아이들 괴롭히는 초등 문제에 목매면서 여러 번 반복시키는 것 보다 최상위S 유형문제 정도 풀 수 있다면 기하는 그 정도로 마무리해도 좋다.
여덟
초5~6과정 1회독이 마무리되었다면 중등으로 가기 전에 다지기 시간을 가지자. 시중 문제집 여러 권에서 응용, 심화에 해당하는 파트만 발췌해서 연습하는 것이 좋다. 대수, 기하 영역별로 구성된 문제집을 보는 것도 좋다.
아홉
초5-2의 [수의 범위와 어림하기], [평균과 가능성], 6-2의 [쌓기나무] 파트는 시중 문제집들의 응용, 심화문제가 지나치게 꼬아놓은 것들이 많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개념에 집중해서 기본 문제, 가벼운 응용문제 열심히 푸는 정도만 해도 괜찮다.
열
초5-1부터 6-2까지 한 학기를 마무리 지을 때마다 전반적인 과정점검은 필수이다. 그 점검이 있어야 적절한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잊지말자. 기초공사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필요하면 시간을 더 내서라도 철저하게 보완을 하고 가야 하고, 전체가 부실하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 단원 각각의 내용의 이해도는 좋았던 것 같더라도 학기 전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학기 전체를 아우르는 시험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위의 내용을 꼭 기억해주세요. 초등 고학년 수학을 위한 십계명과 같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오늘은 초등수학에서 ‘마의 구간’, ‘첫번째 수포자 양산의 시기’라 불리는 초5~6과정의 학습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10가지 꿀팁을 꼭 기억하시고 수학의 성공적인 기초공사를 이루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칼럼에서 뵙겠습니다! 이상,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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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아름 원장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치동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로 있습니다. 고등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초등때부터의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초중등 대상 수업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대치동에서 수학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의 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수학교재 집필 등을 하며 입시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공부가 머니?>에 영재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대치동 초등 로드맵> <수학에 심장을 달다>집필, <대치동 명강사들의 10인 10색 관리법>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