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입니다. 드디어 우리가 고등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기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바삐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총 5화에 걸쳐서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해야 하는 수학 공통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담아보려고 합니다. 고등수학 공통과정이라고 하면 보통 고1 과정에서 다루는 수학을 의미합니다. 그 내용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을 8화에서부터 12화까지 아래의 다섯 가지 테마로 갈무리하여 소개해드릴게요.
- 다항식에 대한 이해
- N차 방정식과 부등식에 대한 이해
- 도형의방정식에 대한 이해
- 집합과 명제의 필요성
- 함수에 대한 이해
오늘은 그 첫 번째이자 고등수학의 기초 중의 기초가 되는 다항식의 정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식을 다룸에 있어서 가장 첫 번째는 다항식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미적분 공식이나 삼각함수 덧셈정리 공식을 외우는 것에는 능하지만 의외로 기초적인 식 정리, 식 변형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의외의 경우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런 학생들이 많지요. 기본기가 단단하지 못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가면 과정은 계속 올라가야 하니까요. 결코 무조건적인 양치기가 능사는 아니지만 어느 분야든 [숙달]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겠습니까. 고등 공통과정에 있어서는 그 [숙달]이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부분에서 수월성을 제대로 장착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고등과정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내용이 꾸역꾸역 밀고 올라올텐데 그 내용이 점점 더 느리게 이해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모든 내용은 이 한 단락에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등공통과정은 버릴 단원, 버릴 개념이 하나도 없다. 모든 내용이 금은보화이며 피와 살이다. 기초적인 다항식에 대한 접근, 그리고 방정식, 부등식, 함수에 대한 치열한 개념탐구, 심화 개념까지 파고드는 자세, 버퍼링없는 유형 문제풀이,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풀이하는 심화문제 학습까지 전제되어야 향후 진행될 고등 내용에 있어서 본 게임을 진행해볼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자다 덜 깬 상태에서라도 술술 풀 수 있는 정도로 완성해야 한다.
고등 공통과정에 대한 이해가 아직 설익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학년이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과정을 계속해서 밟아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참 이상한 상황이 생기죠. 아까 말씀드린대로 공식은 기가 막히게 외우지만 3차 인수분해 변형 공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간단한 치환을 통해 식을 정리하면 5초 컷으로 끝날 것을 빙빙 돌아서 전개하고 또 전개해서 식을 사방팔방으로 흩어놓아 결국엔 답을 찾긴 하지만 지나치게 시간이 오래 소요되거나 계산 실수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미 고2, 고3이라면 이런 경우에서 문제의 핵심을 고등 공통과정, 그리고 자신의 문제풀이의 습관에서 찾기란 어려워집니다. 그저 시험범위의 문제량을 늘려서 극복하게 될 뿐이지요. 이미 당장에 내신이나 수능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선행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충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데도 고등학생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런 길을 걷다보니 아무리 선행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 시기도 점차 더 빨라진다고는 하나 아이러니하게도 수포자 역시 날로 늘어간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또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등 과정에 들어가게 되면 다항식 정리부터 초장에 잡아야 합니다. 고등 과정 중 중등에서 가장 많이 학습했던 부분이고, 가장 만만하게 보이는 부분이라 적당히 훑어보고 스킵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절대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더 샅샅이 살펴보면서 ‘내가 혹 부족한 것은 없는가’. ‘더 심화 문제들은 없을까’ 찾아보면서 잘게 다지고 다져서 더 이상은 쪼갤 수 없을 때까지 하겠다. 라는 각오로 해야합니다.
이 경험이 고등 수학과정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쉽게 넘어가면 진도는 빠르게 넘어갈지 몰라도 절대 길게 남지는 않습니다. 특히 고등과정은 초중과정과는 달리 그동안 쌓여있는 내용을 모두 이용하는 종합예술과정이기에 절대 한 과정만을 가지고 승부를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예요. 한 과정, 한 과정에 진심을 가지고 누가 더 깊이 들이파고, 누가 더 열심히 드릴 (반복연습)을 하느냐. 의 싸움입니다. 개념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기본! 여러 개념이 잘 적용된 문제 하나를 뿌리 끝까지 잘게 잘게 썰어 완벽하게 외우듯이 음미하고 이해하고 소화한 다음, 그것을 완전히 숙지하고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 드릴 (반복연습) 하는 것까지 부지런히 연습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하나 하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길게 보면 단언컨대 이것이 첩경입니다.
기억하세요. 돌아가지 않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이렇게 한발 한발 무겁게 힘있는 발걸음을 떼어 나아가는 대신 절대 뒤로 밀리지 않겠다, 나는 앞으로만 나아가겠다! 라는 다짐을요. 지금부터는 고등 기초 중의 완전 기초, 다항식에서 집중해서 학습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딱!! 골라내어서 정리해드립니다.
다항식에서 기본적으로 내림차순에 대한 정리란 식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하자.
식은 내가 가장 써먹기 좋은 상태로 변형을 해야만 하는 대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유심히 잘 관찰해야 하는 대상이다. 관찰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들어야만 변형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 (사실 내림차순의 사전적인 의미만 알려줄 뿐 이것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선생님은 극히 드물다. 그 어떤 책에도 나와있지 않다.)은 왜 내림차순이 필요한지 와닿지 않기에 대충 마음 내키는대로, 전개해서 나온 순서대로 답을 쓰곤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는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징징댄다.
자, 방 정리가 안되어 있는데 잃어버린 샤프가 보이겠는가? 선생님이 어제 내준 프린트가 보일 리가 있나? 방 정리를 잘 해놓으면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겠지.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무리 복잡한 다항식의 인수분해를 해야 하는 경우라도 차수가 가장 낮은 한 문자에 대해 내림차순을 이용하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차수가 높아도 순식간에 소거되어 상수항만 남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예는 차고도 많다.
수학은 무조건적인 암기를 최소화 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이해를 기본으로 하여 많은 문제풀이를 통해 숙달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암기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곱셈공식도 그와 마찬가지여서 어느 정도 문제풀이의 양이 차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공식이 숙지된다.
하지만 중등과정에서 사용되는 2차 곱셈공식 정도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3차식, 복이차식 정도의 곱셈공식과 그 변형에 있어서의 내용까지 줄줄 꿰는 정도로 익히고 문제도 그에 맞게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멈추지 말고, 그 이상의 문제들까지 접근할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그걸 수월하게 잘 할 때까지 (그게 이번 칼럼의 핵심!) 해야 향후 고등과정을 학습함에 있어서 버틸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중등 인수분해는 이차방정식을 해결하기 위한 수준의 단순한 경우를 학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등의 경우는 똑같은 경우라 하더라도 다항식의 나누어떨어짐의 관계를 이용한 인수정리와 식 변형을 이용한 끼워맞추기, 식의 윤환(순환)구조를 이용한 정리 등 고차원적인 인수분해를 활용하는 경우가 다수 등장한다. 당연히 내림차순을 이용한 복잡한 인수분해도 이에 포함된다.
물론 이것을 무시한 채로 중등정도의 수준에 머무른다 하더라도 고등의 일반적인 유형 문제(심화문제 배제)의 60~70%는 해결이 되다보니 이해단계에서부터 골치아픈 인수분해는 건너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건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수박 그림을 감상하는 꼴이다.
곱셈공식과 인수분해에 있어서는 적어도 기본정석과 실력정석에 있는 기본, 유제, 연습문제를 줄줄이 풀 수 있는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그 정도에서도 쩔쩔 매면서 ‘아, 배운지가 오래 되어 기억이 안나는데...’ 라고 머뭇댄다면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맞다.
이것이 기본인데 기본이 안되있으면 다음 과정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고등 다항식 파트에서 중등과정과는 연계되지 않고 처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머지 정리와 복소수! 그렇다보니 곱셈공식, 인수분해에 비해서 쉬운 내용부터 설명되어 있고 문제도 쉬운 수준부터 난이도 오름차순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단원들이 가지고 있는 포텐셜은 굉장히 크다.
특히 나머지정리는 다항식 자체의 양 변의 차수 변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항등식의 올바른 개념 이해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복소수, 정수론과 연결되어 얼마든지 어려운 문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유형의 문제, 좀 더 어렵고 복잡한 조건의 문제들을 접하는 것에 도전해야 한다.
이렇게 연습을 했을 때 고등 공통과정의 방정식, 부등식, 함수 파트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워밍업이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고등 공통과정에서 첫 번째 단추에 해당하는 [다항식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하는 이야기는 최소한의 것들은 아닙니다. 최상위권을 위한 도약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적어도 일반고에서 수과학에서의 탑 랭커를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고등 공통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이후 진행될 고등 수1, 수2, 미적분 등등의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매 순간의 내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길러지는 자세까지 빼곡하게 갖춰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상위 과정으로 갈수록 적당히 학습하고 적당히 연습하는 스스로의 나약한 마음과 타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칼럼을 학부모님들께서만 보실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제 제자들에게 참 많이 합니다. 내가 어느 수준까지 공부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알아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내 목표가 바로 서게 되니까요. 목표가 있는 학생들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에 돌입하고 시행착오도 빨리 거치게 되지요. 그러면서 단단해지구요. 한명이라도 이 칼럼을 읽으면서 제대로 공부하고픈 마음이 드는 학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과정부터가 최상위권으로 가는 진짜 크고 묵직한 발걸음이라는걸 생각하면서요.
다음 칼럼에서 만나뵙겠습니다!
이상, 대치동 손대장, 손아름이었습니다!
저자
손아름 원장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대치동 에스온수리영재아카데미 대표로 있습니다. 고등에서부터 강의를 시작했지만 학생들에게는 초등때부터의 제대로 된 교육이 절실하다는 생각에 초중등 대상 수업으로 뛰어들어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대치동에서 수학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강의 뿐 아니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수학교재 집필 등을 하며 입시와 교육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공부가 머니?>에 영재교육 전문가로 출연했고 <대치동 초등 로드맵> <수학에 심장을 달다>집필, <대치동 명강사들의 10인 10색 관리법>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