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부모들의 자녀 교육
글로벌 IT기업들의 본거지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들의 태생지로 알려져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이 지역의 부모들은 어떻게 자녀 교육을 시키고 있을까요? 이곳의 아이들은 AI가 맞춤형으로 생성하고
AR/VR이 접목된 학습 콘텐츠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 배우고 있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가장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립학교인 월도프 학교 (Waldorf Schools)는
수업에 태블릿, 컴퓨터, 모니터 등의 활용을 철저히 배제하고 집에서도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서약을 맺도록 합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는 이 학교는 종이 교재와 칠판을 이용해 가르치며 손 글씨로 과제를 제출하고
선생님과의 깊은 상호작용과 신체활동, 자연탐구, 창의성이 요구되는 체험형 과제 (hands-on task)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철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곳 학생들의 75%는 부모가 구글, 애플, 이베이, HP, 마이크로소프트 등 최고 IT기업 고위 임원들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 부모들이 월도프 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21세기를 살아야 할 자녀들이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은 뛰어난 파워포인트 문서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호기심과 자발적 동기부여, 창의성,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이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느때보다도 중요해진 체험형 (Hands-On) 학습
실리콘밸리 부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 방식 중 “체험형 학습 (hands-on task)”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특히 어린 시기에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면서 이러저러한 시도와 실험을 실험해 보는 것이 (tinkering),
디지털 시대에서 요구되는 창의성과 협업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학습 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실리콘밸리에 위치하며 2003년 개교 이래 지속적으로 캘리포니아 주내 학업성취도 상위 1%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율형 공립학교 불리스 차터 스쿨 (Bullis Charter School)은
10년전부터 초등학교 과정을 위한 Fab Lab (만들기 실험실, 메이커 공간) 시설과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 소프트웨어와 3D 프린터, 레이저 커팅 기계 등을 활용하여 아이들은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며 테스트해보고, 다시 수정 보완하는, 이른바 디자인 씽킹 프로세스(Design Thinking Process)를 경험하게 됩니다.
Fab Lab 개설은 혁신적인 사고, 협업, 창업가 정신, 실패를 통한 배움 등, 실리콘밸리가 대표하는 마인드셋을 어린 시기부터 학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학교의 설명입니다.
각종 디지털 기기와 AI를 활용한 스마트 학습을 통해 공교육이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좋은 교육 콘텐츠가
지역적 시간적 구애나 경제 수준의 편차 없이 개개인에 의해 공평하게 소비될 수 있게 된 점은 교육에 있어 큰 혁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글로벌 서비스로 사업화 시키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교육시키고자 하는 방식과 철학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디지털 기기를 매개체로 하는 ‘스마트 교육’ 이 학생의 인지와 사고 발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갈 이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키워낼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구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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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똑똑하마 김지영 대표
하버드 MBA를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 회사, 증권사, 인터넷 기업을 거쳐 삼성에서 최연소 여성임원으로 오랜 기간 재임했습니다. 현재는 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 과학놀이 키트 ‘똑똑하마’를 만드는 ㈜이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으며, 두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와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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